현대·기아차에 알루미늄 합금제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이 10년에 걸쳐 가격을 담합해 오다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 이하 공정위)는 2011년부터 2021년까지 현대자동차㈜, 기아㈜ 및 현대트랜시스㈜ 등이 실시한 알루미늄 합금제품 구매 입찰에서 투찰가격 등을 담합한 ㈜알테크노메탈, ㈜세진메탈, 한융금속㈜, ㈜동남, ㈜우신금속, 삼보산업㈜, 한국내화㈜, ㈜다원알로이 등 8개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06억 71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8개 사는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전에 물량배분을 하고, 이에 맞춰 낙찰예정순위 및 투찰가격을 공동으로 결정했다.

이들 업체들은 2016년 12월 입찰까지 담합을 지속하다가 2017년 2월 검찰의 입찰방해죄 수사가 시작되자 담합을 중지했으나, 이후 회사수익이 악화되자 2019년 9월 입찰부터 다시 담합을 재개했다. 2017년 4월 검찰은 ㈜다원알로이를 제외한 7개사를 입찰방해죄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 등이 입찰에 부친 알루미늄 합금제품은 알루미늄 잉곳‧용탕으로서 주로 자동차 엔진․변속기 케이스 및 자동차 휠 제조에 쓰인다. 

알루미늄 잉곳(출처=공정거래위원회)
알루미늄 잉곳(출처=공정거래위원회)

입찰 품목은 크게 3가지이며, 해당 제품은 AC2BH잉곳, ADC10S/12S잉곳, ADC10S/12S용탕 등이다.

8개사는 입찰일 전날 모임 등을 통해 전체 발주물량을 업체별로 비슷한 수준으로 배분하고, 협의된 물량배분에 맞춰 품목별 낙찰예정순위 및 투찰가격을 공동으로 결정했다.

특히, 2014년, 2015년, 2017년에는 물량확보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연간 물량배분 계획을 수립하여 자신들의 합의를 더욱 공고히 했다.

그 결과, 2011년부터 2021년까지 해당 입찰에서 합의한 대로 낙찰자 및 투찰가격이 결정돼 8개사는 탈락사 없이 매 입찰에서 높은가격으로 납품 물량을 확보했다.

이들이 담합하지 않은 입찰의 경우 낙찰가격은 발주처 예정가보다 평균 200~300원/kg정도 낮았으며, 아예 납품물량을 배정받지 못한 업체들도 발생했다.

■ 협력사 의견 수렴, 입찰제도 개선

이번 담합의 배경에는 알루미늄 합금제품의 특성과 현대자동차 등의 입찰제도 특이점이 있었다. 이번 담합 적발로 인해  

이에 공정위는 현대·기아차와 함께 관련 입찰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했고, 현대·기아차 개선된 입찰제도를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알루미늄 합금제품은 생산원가 중 원재료의 비중이 90% 이상으로 원재료는 대부분 수입을 통해 조달되며, 수입 주문 후 국내 입고까지 2~3개월이 소요돼 입찰에 대비해 원자재를 선주문해야 한다.

더불어 제품을 용해로(고로)에 알루미늄 스크랩(고물)을 녹여 생산하는데 공장을 계속 가동하지 못할 경우 용해로가 파손될 수 있고, 선주문한 원재료에 대한 비용, 고정 인건비 등도 상당했다.

때문에 업체는 안정적인 공장 가동을 위해 물량 확보가 필요했고, 이는 담합의 원인이 됐다.

또한, 이 사건의 경우 현대․기아차 입찰제도의 특이점이 담합의 배경 중 하나였다.

이 입찰제도에 따르면, 품목별로 복수의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고 납품가격은 낙찰자들의 투찰가격 중 최저가로 정해서 모든 낙찰자들에게 통일적으로 적용하게 되는데, 이는 납품업체 입장에서 타 업체와 가격을 합의할 유인으로 작용했다.

고온의 액체상태로 납품되는 알루미늄 용탕의 특성상 현대차 울산공장과 기아차 화성공장에 납품할 수 있는 업체는 각 공장 인근 업체다.

그러나 공장의 위치와는 상관없이 최저가로 동일하게 정하는 방식으로 인해 거리상 운송비가 많이 드는 화성공장 인근 업체들도 울산공장 인근 업체들의 투찰가로 납품하게 됨에 따라 수익성이 떨어졌고 이를 담합으로 막으려는 유인이 있었다.

이에 이번 담합 적발을 이후로 현대·기아차는 알루미늄 용탕 납품가격에 포함돼 있던 운반비를 별도로 책정해 실제 발생한 울산, 화성공장까지의 운반비를 반영해주는 방식으로 양 공장에 납품되는 용탕의 가격을 다르게 정하기로 했다.

다음으로 그간 업체들은 납품가격이 예상보다 낮게 결정된 경우에도 추후 입찰에서 불이익을 받을까봐 납품포기를 요청하지 못한 측면이 있는데, 낙찰사의 납품포기권을 1개사에 한해 공식적으로 보장해 주기로 했다.

그리고 업체들의 안정적인 공장 운영을 위해 최저 15%의 납품 물량을 보장하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민간 분야에서 장기간 지속된 입찰담합을 적발해 제재했을 뿐만 아니라 발주처와 협의해 담합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입찰제도를 개선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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