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회수 명령에도 수입업체 폐업, 리콜 안내 지연
필터 특성 상 회수 난항…소비자 피해 알 수 없어
최근 국내에서 판매된 호환용 필터에서 가습기 살균제 원인 성분이 검출돼 회수 조치가 내려졌다.
호환용 필터는 제조사가 만든 정품이 아니지만, 저렴한 가격에 정품과 유사한 형태로 소비자는 유사한 성능을 기대하면서 구매하게 된다.
문제가 된 제품에 대해 회수 조치가 내려졌지만 문제는 남아 있다.
판매되는 모든 제품을 조사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 수입업체 폐업으로 인한 회수 안내 지연, 저조한 회수 실적, 대상 필터 사용자들의 건강 문제 등은 숙제로 남았다.
■호환 필터서 '가습기살균제 성분' 검출…소비자 불안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운영하는 화학제품안전포털 '초록누리'는 생활화학제품과 살생물제의 안전정보, 안전기준 위반 제품 등을 공개하는 플랫폼이다.
초록누리에 따르면 올해 안전기준을 위반해 공지된 생활화학제품은 현재까지 총 81개다. 이 중 샤오미·블루에어·발뮤다 등 유명 가전제품의 호환용 필터(보존·보존처리제품)가 70개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난 1월 수입업체 '시나브로'가 판매한 38개 제품이, 지난 6월에는 수입업체 '터틀'이 판매한 32개 제품이 적발됐다. 두 업체는 중국에서 생산된 동일한 제품을 각각 수입해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필터 제품에서는 메틸이소치아졸리논(MIT)과 5-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CMIT)이 검출됐다. 두 물질은 유해성 논란으로 과거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서 문제가 된 성분 계열 중 하나다.
■안전확인 거쳤지만…사후 조사서 적발
생활화학제품은 시중에 유통되기 전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안전기준 적합 여부를 확인받아야 한다.
이번에 적발된 필터 제품도 안전기준 확인 절차를 거쳤다. 그러나 실제 수입·유통된 제품은 신고 당시 확인받은 내용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신고 내용만으로는 안전성을 모두 담보하기 어렵다고 보고, 시중에 유통 중인 제품을 무작위로 구매해 별도의 안전성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업자가 안전기준에 적합하다고 신고했다고 해서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며 "계획에 따라 시중 제품을 조사하고, 위반한 경우 수입금지와 판매금지, 회수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시중에 유통되는 생활화학제품은 종류가 워낙 많아 안전기준을 위반한 제품을 모두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다.
■1월에 회수 명령, 소비자는 6월에야 안내 받았다
위반 제품을 적발했더라도 해당 업체가 폐업한 경우에는 소비자에게 회수 안내가 지연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수입업체 시나브로가 유통한 필터에 회수 명령이 내려졌지만, 적발 전 이미 폐업한 상태였다.
1월에 회수 명령이 떨어진 이 제품은 6월이 돼서야 지마켓·쿠팡 등 통신판매중개업체를 통해서 소비자에게 안내됐다. 환경당국은 유통업체에 협조를 요청해 구매자들에게 개별 안내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판매자가 별도로 안내하지 않거나 폐업한 경우에는 소비자가 '초록누리' 포털이나 판매처 공지사항을 직접 확인하지 않는 이상 회수 사실을 알기 쉽지 않다.
■사후 회수 한계…피해 구제 제한적
또 큰 문제는 제품 특성상 실제 회수율도 높지 않다는 것이다.
필터 회수를 담당힌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생활화학제품은 이미 사용 후 폐기된 경우가 많아 회수율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피해 구제도 쉽지 않다.
현행 「화학제품안전법」은 살균제·소독제·살충제 등 살생물제품에 대해서만 피해 구제 제도를 두고 있으며, 필터와 같은 생활화학제품에는 별도의 피해 구제 규정이 없다.
환경부 관계자는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피해 구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컨슈머치 = 전정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