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금융기관이 지적장애를 가진 A씨에게 굴삭기 구입자금 명목으로 8000만 원을 대출해줬다가, A씨 측으로부터 “의사능력이 없어 약정이 무효”라는 주장을 받았다.
소비자 A씨는 지적장애가 있었지만 겉으로 봐서는 아무런 장애가 없는 것처럼 보였고, 굴삭기운전자격증도 제출해 금융기관은 의심 없이 약정을 체결했다. 대출금은 A씨가 아닌 굴삭기 판매자에게 직접 지급됐다.
이후 A씨가 채무를 연체하자 금융기관은 상환을 요구했지만, A씨 측은 “제출한 자격증은 위조된 것이며, 지능지수가 52로 대출약정을 이해할 능력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금융기관 측은 “당시 대화도 원활히 진행됐고, 외견상 의사능력이 결여돼 보이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의사능력이 결여된 A씨가 대출약정의 법률적 의미나 효과를 충분히 이해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해당 대출약정은 무효다.
유사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대출약정의 대출금이 결코 소액이 아니며, 굴삭기가 사실상 대출채무의 담보가 되고 대출금이 굴삭기 매도인에게 직접 지급되는 구조는 지적장애인의 이해능력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정도라고 판단했다.
또한 굴삭기운전자격증이 위조된 것으로, 대출약정 당시 해당 지적장애인이 실제로 굴삭기를 운전할 능력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대출금이 공급자에게 직접 지급돼 A씨가 받은 적도 없는데 굴삭기운전자격증을 위조하면서까지 대출약정을 체결하려 한 동기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봤다.
관련 판례에 따르면 ‘의사능력’이란 자신의 행위가 가지는 의미나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과 예기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이나 지능을 말하며, 이 능력이 결여된 상태에서 체결된 계약은 무효가 된다.
대법원은 의사능력의 유무를 판단할 때 각 법률행위의 특성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단순한 일상적 의미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특별한 법률적 의미나 효과가 있는 경우에는, 의사능력이 인정되기 위해 그 행위의 일상적 의미뿐 아니라 법률적 의미와 효과까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장애인복지법」과 그 시행령·시행규칙에 따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능지수가 70 이하인 사람은 교육을 통해 사회적·직업적 재활이 가능하더라도 지적장애인으로서 법령에 따른 보호를 받는 대상으로 규정돼 있다.
외형상 의학적 질병이나 신체적 이상이 드러나지 않아 일반인이 보기에는 아무런 장애가 없어도, 실제로는 지적장애인에 해당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지적장애인이 장애인 등록을 하지 않았거나 등록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해서 반드시 의사능력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지적장애인의 의사능력을 판단할 때는 외형적인 언행만으로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 의학적 진단이나 전문 감정을 통해 장애 정도를 확인하고, 법률행위의 구체적 내용과 난이도, 부과되는 책임의 중대성, 행위가 이뤄진 동기와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해당 지적장애인이 법률행위의 일상적 의미뿐 아니라 법률적 의미와 효과까지 이해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는지를 세심하게 판단해야 한다.
[컨슈머치 = 전향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