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비자가 착오로 송금된 비트코인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뒤 반환을 거부했지만, 대법원은 배임죄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가상지갑을 확인한 A씨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십여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이 자신의 지갑에 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A씨는 곧바로 비트코인을 자신 명의의 다른 가상지갑 두 곳으로 분산 송금하고, 일부는 현금으로 환전해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며칠 뒤 가상화폐거래소에는 비트코인의 실제 소유자가 “착오로 송금됐다”며 신고를 접수했다.

거래소는 즉시 A씨에게 반환을 요구했지만, A씨는 응하지 않았다.

비트코인, 통화, 암호화폐 (출처=PIXABAY)
비트코인, 통화, 암호화폐 (출처=PIXABAY)

대법원은 A씨의 행위가 횡령은 물론 배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A씨가 비트코인을 착오로 이체받아 사용했지만, 피해자와 신임관계에 있거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비트코인이 법정화폐와 달리 법적으로 동일한 보호를 받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판례에 따르면, 가상자산 권리자의 착오나 시스템 오류 등으로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전자지갑으로 가상자산이 이체된 경우, 이를 받은 사람은 가상자산의 권리자에게 부당이득 반환 의무를 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민사상 채무에 불과하며, 단지 이러한 사정만으로 이체받은 사람이 ‘신임관계에 기초해 타인의 재산을 보관하거나 관리하는 자’라고 볼 수는 없다.

또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는 별도의 계약관계가 없고, 피고인이 어떤 경위로 비트코인을 이체받게 됐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이로 인해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주체가 피해자인지, 아니면 거래소인지도 불분명하다. 설령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직접 부당이득을 반환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피고인을 피해자와의 관계에서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단정할 수는 없다.

대법원은 “가상자산은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는 디지털 형태의 재산상 이익으로,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되지 않는다”며 “거래에는 본질적으로 위험이 수반되므로 형법상 보호 수준을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컨슈머치 = 전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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