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합의금이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되는지는 그 지급 명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소비자 A씨는 횡단보도를 건너다 가해자 B씨의 차량에 충격을 받아 요추부염좌 등의 부상을 입고, 노동능력상실률 20%의 장해가 예상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B씨는 형사처벌을 앞두고 A씨에게 합의를 요청했고, A씨는 500만 원을 지급받는 조건으로 합의를 했다.

A씨가 가해 차량이 가입한 보험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이미 받은 500만 원은 공제될까.

횡단보도, 도로 (출처=PIXABAY)
횡단보도, 도로 (출처=PIXABAY)

대한법률구조공단은 형사합의금의 법적 성격과 관련해, 특별히 위자료나 위로금 명목으로 지급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손익상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손익상계란 불법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손해를 입는 동시에 일정한 이익을 얻은 경우, 그 이익이 불법행위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면 손해배상액에서 이를 공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형사사건에서 지급된 합의금이 이러한 손익상계 대상에 해당하는지는 그 금원이 어떤 명목으로 지급됐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손익상계는 본질적으로 재산적 손해의 범위를 산정하는 문제다. 따라서 합의금이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로 지급된 경우라면 재산상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할 수 없다. 대신 해당 금원은 위자료 액수를 정하는 과정에서 참고 요소로 고려될 수 있다. 위자료 산정은 사실심 법원이 여러 사정을 종합해 재량으로 결정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실제 판례 역시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이 받은 위로금을 재산상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하지 않은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또한 교통사고 사건에서 가해자가 유족에게 위로금 명목으로 공탁한 금원을 위자료의 일부로 봐, 재산상 손해에서는 공제하지 않고 위자료 산정에 반영한 사례도 있다.

반면 형사합의금의 성격에 대해 대법원은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제시한다. 수사나 형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합의금을 받고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 특별히 그 금원이 위자료임을 명시한 사정이 없다면 이를 재산상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형사합의 과정에서 ‘위로금’, ‘보험금과 별도’ 등의 표현을 명확히 기재한 경우라면 해당 금원은 위자료로 인정돼 손익상계 대상이 되지 않고, 위자료 산정 시 참고 요소로만 작용하게 된다.

합의서나 영수증에 합의금의 성격이 명시되지 않은 경우에는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호의적·동정적·의례적 성격의 금전이라면 위로금으로 보지만, 금액이 상당히 크거나 손해배상적 성격이 강한 경우에는 재산상 손해배상금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컨슈머치 = 전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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