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매수인이 잔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던 사이, 집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소실됐다면 매도인은 잔금을 청구할 수 있을까.

소비자 A씨는 B씨 소유의 주택에 대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이후 잔금을 지급하지 않던 중, 해당 주택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전소됐다.

불, 화재, 전소 (출처=PIXABAY)
불, 화재, 전소 (출처=PIXABAY)

이 경우 대한법률구조공단은 특정 조건이 충족될 경우 B씨가 A씨에게 잔금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법」제537조에 따르면 쌍무계약에서 양 당사자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이행이 불가능해진 경우 채무자는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다. 즉, 집이 사라졌다면 돈도 요구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매수인이 이미 잔금 지급을 미루고 있던 '수령지체' 상태였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민법」 제538조는 채권자의 수령지체 중에 당사자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채무자가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매도인이 잔금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춰야 할 전제 조건을 명시하고 있다. 매수인이 잔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매도인이 잔금을 받음과 동시에 소유권을 이전해 줄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률 용어로는 이를 '현실제공' 혹은 '구두제공'이라 한다. 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실제로 준비해 보여주거나, 최소한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으니 잔금을 치르라고 통지하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매수인이 돈을 안 주고 버티는 와중에 집이 불타버렸더라도, 매도인이 언제든 집을 넘겨줄 준비가 돼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매수인을 상대로 잔금 지급을 강제하기 어렵다.

[컨슈머치 = 고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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