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반복적인 결함이 확인되면 자동차를 바꿔주거나 환불해주는 일명 ‘한국형 레몬법’이 시행된 지 어느 덧 100여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실행에 비협조적인 자동차제조사들의 행태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나름 ‘법’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음에도 강제성이 없다보니 자동차 업체 21곳 중에 절반이 넘는 12곳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것.

■국산차 80%, 수입차 31.3%만 수용 ‘미온적’

(출처=경실련)
(출처=경실련)

3일 경실련이 불량자동차의 교환·환불을 받을 수 있는 ‘레몬법’ 적용을 확인한 결과, 국산 차의 80% 수입차의 31.3%만 수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레몬법을 수용한 국산차는 현대(제네시스 포함), 기아, 르노삼성, 쌍용 등 4곳 이며, 수입차는 비엠더블유(BMW), 미니, 재규어, 랜드로버, 닛산, 인피니티, 토요타, 렉서스, 볼보 등 9개 브랜드다.

반면 조사결과 현재까지 레몬법을 수용하지 않은 국산차는 한국GM이 유일했다. 수입차의 경우 아우디, 벤틀리, 크라이슬러, 지프, 닷지, 포드, 링컨, 마세라티, 캐딜락, 혼다, 푸조, 시트로엥, 벤츠, 포르쉐, 폭스바겐 등 15개 브랜드가 레몬법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한 해 등록된 차량은 184만2,585대이며, 자동차의 결함 및 하자로 인해 271만5,495대가 리콜 됐다. 그러나 자동차제조사들이 결함을 인정하고 교환 환불을 해준 경우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이런 이유로 신차 구매 후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하자가 발생할 시 교환 또는 환불해주도록 하는 자동차관리법(한국형 레몬법)이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비난이 나온다.

자동차 제조·판매 업체가 계약서에 자발적으로 레몬법 적용을 명시해야만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강제성이 없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한 관계자는 “한국형 레몬법의 교환·환불 요건은 오로지 자동차제조사들의 뜻에 따라 진행되도록 하고 있고, 이행하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가 없는 임의 조항이며 권고사항”이라며 “신차 구매 시 소비자들이 계약서에 이를 포함시켜 달라는 요구를 해도 자동차제작사 등이 이를 거절당하면 소비자들은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으며 그 피해는 소비자들의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판 커지자 ‘슬금슬금’

업체별 자동차 레몬법 적용 현황(출처=경실련)
업체별 자동차 레몬법 적용 현황(출처=경실련)

레몬법 시행 후 약 두 달간은 자동차 업체들 대부분이 나몰라라 동참하지 않는 분위기가 지속됐다.

경실련과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등 시민단체와 소비자단체의 반발이 커지면서 국내산 자동차 제작사들 중 현대와 기아는 2월 1일에 수용해 그 효력을 1월 1일부터 소급적용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1월 31일, 쌍용은 2월 1일 각각 수용하고 효력은 2월 1일 기준으로 발생시키고 있다. 다만 1월에 구매계약 한 소비자들은 교환 환불을 받을 수가 없어 소급 적용이 필요한 상황이다.

수입산 자동차 제작사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등록된 16개 공식 회원사 중 볼보, BMW, 토요타, 닛산, 재규어 랜드로버 5개사가 한국형 레몬법 시행을 동의하는 내용의 자동차 교환·환불 중재규정 수락서를 국토교통부에 전달하고, 1월 1일 이후 계약된 차량부터 소급 적용하고 있다.

수입차 브랜드 중 혼다와 포드·링컨은 곧 적용 예정이거나 2019년 상반기 중 레몬법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벤츠 역시 경실련 측이 항의 방문을 결정하자 레몬법 적용하겠다는 뜻을 전달해 왔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자동차 업체들이 한국형 레몬법을 거부하며 교환 및 환불 규정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특히 마세라티와 캐딜락 등 수입차 2개 브랜드는 경실련 공개질의에 답변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실련 관계자는 "미국 등 해외에서 레몬법을 적용받아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수입차 브랜드가 한국 소비자를 무시하는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한 관계자 역시 “한국형 레몬법을 거부하고 있는 이들 자동차 제조사들은 미국, 유럽 등 이미 우리보다 더 강력한 레몬법을 시행하고 있는 다른 나라에서는 이를 모두 수용하고 있다”며 “다른 나라의 법률과 제도는 존중하고 소비자들을 보호하고 있으면서 오히려 배상의 범위가 매우 적은 편인 우리나라의 자동차관리법상의 교환·환불 제도를 무시하며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레몬법 거부, 국산차 중 한국GM ‘유일’?

한편 국내 자동차 5개사 중 유일하게 한국형 레몬법을 수용하지 않고 있던 한국GM도 오랜 검토 기간을 거쳐 레몬법을 시행하기로 최종 결정 내렸다.

한국GM 관계자는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권고하는 사안인 만큼 이를 거스르면서 레몬법 도입을 안 하겠다는 입장은 처음부터 아니었다”며 “다만 여러 가지 의사결정 단계와 절차를 밟으며 진행하다 보니 시간 차이가 발생했다. 어제(2일)부로 레몬법을 도입하기로 최종 결정이 나왔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시행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국토부 최종 신고 절차만 남겨둔 상황으로 빠른 시일 내에 소비자들이 레몬법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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