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미국에 거주하는 딸의 달라스-인천 구간 왕복항공권을 여행사를 통해 구매했다.

항공권 결제 당시 여행사의 직원이 카드결제를 위해 필요하다며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비밀번호를 불러줄 것을 요구해 A씨는 이에 응했고, 152만5800원이 결제됐다.

결제 후 2분 뒤, 동일한 가맹점에서 추가로 142만 원의 카드결제가 승인됐다는 문자를 받은 A씨는 즉시 카드사에 부정 매출을 신고했다.

카드사 상담원은 가맹점에서만 취소처리 가능하다며 가맹점과 해결하라고 답변했고, A씨는 여행사 직원에게 항의하니 자신의 실수라며 곧 취소 처리될 것이라고 안내받았다. 

그러나 취소 처리가 되지 않았고, A씨는 여행사 직원이 신용카드 도용 혐의로 고소당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음을 알게 됐다.

A씨는 카드 결제일 전에 카드사에 재차 매출 승인 취소를 요구했지만 카드사는 A씨의 비밀번호 유출 책임만을 주장하며 정상매출인 것처럼 대금을 청구했으므로 A씨는 이미 결제돼버린 부정사용 대금의 배상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카드사는 A씨의 결제건은 해당 항공사 발권시스템을 통해 발생한 것으로 동 시스템을 이용한 카드 결제 시에는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비밀번호 2자리를 직접 입력하도록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A씨는 타인에게 카드정보를 알려줌으로써 카드 결제를 대리하도록 한 잘못이 있다고 주장했다.

비밀번호까지 유출해 스스로 부정사용을 유발시킨 책임이 있으므로, 매출에 대한 승인취소나 결제대금 배상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신용카드 (출처=PIXABAY)
신용카드 (출처=PIXABAY)

한국소비자원은 카드사는 A씨에게 고객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의하면 카드사의 면책 약관은 카드사의 고의·과실이 없는 경우 카드사가 비밀번호 대조, 확인의무를 다했다면 면책된다는 취지이지 카드사의 고의·과실이 있는 경우에까지 면책된다는 취지로 해석하기 어렵다.

카드사는 가맹점 약관상 회원의 동의 없는 카드 거래를 금지해야 하며 이를 위반했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는 경우엔 사유가 소멸될 때가지 대금결제를 유보할 수 있다.

또한 가맹점과 회원 사이에 분쟁이 발생한 경우 분쟁이 해결될 때까지 대금의 지급을 유예하거나 이미 지급한 대금의 환입을 요청할 수 있다.

카드사는 A씨가 부정매출을 즉시 신고함에도 불구하고 해당 가맹점이 가맹점약관의 준수사항을 이행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만연히 정상적인 가맹점이라는 신뢰 하에 A씨에게 가맹점과 연락해 해결할 것만을 안내했다.

이후 A씨는 여행사 직원이 신용카드 도용 혐의로 고소당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며 카드사에 재차 매출 승인 취소를 요구했지만 카드사는 대금결제를 유보하거나 신용카드 거래 경위를 확인하는 등 A씨 피해를 조기에 막을 수 있는 조치는 전혀 취하지 않고 정상매출인 것처럼 대금을 청구했다.

다만, A씨가 신용카드 거래 당시 여행사 직원에게 아무런 의심 없이 비밀번호를 비롯한 카드정보를 알려준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는 점을 감안해 카드사의 책임범위를 90%로 제한한다.

따라서 카드사는 A씨에게 신용카드 부정사용으로 결제된 142만 원의 90%인 127만8000원을 배상해야 한다. 

[컨슈머치 = 고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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