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1억 원의 피해를 입은 업체가 보험금 5000만 원을 받았다. 그렇다면 가해자는 나머지 손해까지 모두 배상해야 할까.

A씨가 운영하는 제조업체의 창고에서 발생한 화재로 불길이 인근에 위치한 B씨 업체 건물로 옮겨 붙었다. 이 사고로 B업체는 1억 원의 재산 피해를 입었고, 가해자인 A씨의 과실비율은 70%로 산정됐다.

B씨는 가입해 둔 손해보험을 통해 보험회사로부터 5000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았지만, 여전히 5000만 원의 손해가 남았다. 이에 B씨는 A씨를 상대로 남은 손해 전부에 대한 배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A씨는 고의로 화재를 낸 것이 아니고 자신의 과실이 70%에 그친다는 점을 들어, 전체 손해액 1억 원 중 7000만 원만 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B씨가 보험회사로부터 5000만 원을 받은 만큼, 이를 제외한 2000만 원만 지급하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B씨는 보험금은 사고에 대비해 보험료를 납부한 대가로 받은 것이므로 가해자의 손해배상책임과는 별개라고 반박했다.

보험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가해자의 배상액이 줄어든다면 보험 가입의 의미가 없으며, 자신은 전체 손해액 중 절반만 보전받았을 뿐이므로 남은 5000만 원은 A씨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재, 불꽃, 불 (출처=PIXABAY)
화재, 불꽃, 불 (출처=PIXABAY)

한국법령정보원은 B씨는 A씨로부터 5000만원을 배상받을 수 있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손해보험 사고에 대해 불법행위나 채무불이행 책임을 지는 제3자가 있는 경우, 피해자가 보험계약에 따라 수령한 보험금은 보험료 납입의 대가로 지급된 것으로 제3자의 손해배상책임과는 별개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보험금을 가해자의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종전 판례에 따르면 A씨가 부담해야 할 손해배상액 7000만 원에서 보험금 5000만 원을 공제한 2000만 원만 배상하면 됐고, 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피해자는 최대 7000만 원까지만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판례 변경 이후에는 피해자의 총 손해액 1억 원 중 보험금으로 보전되고 남은 손해액이 5000만 원인 점을 고려해, 이 금액이 가해자의 책임 범위인 7000만 원에 포함되는 한 A씨는 B씨에게 5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 이로써 피해자는 보험금 5000만 원과 가해자의 배상금 5000만 원을 합쳐 손해 전부를 회복할 수 있게 됐다.

한편, 판례 변경은 보험회사의 구상권 범위에도 영향을 미쳤다. 종전에는 보험회사가 지급한 보험금 5000만 원 전액을 가해자에게 구상할 수 있었지만, 변경된 판례에 따라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5000만 원을 직접 배상받을 수 있게 되면서 보험회사가 행사할 수 있는 구상금은 가해자의 책임액 7000만 원에서 피해자에게 지급된 5000만 원을 뺀 2000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결과적으로 가해자가 부담하는 총 책임액은 동일하지만, 피해자가 직접 회복하는 금액은 늘어나고 보험회사의 몫은 줄어드는 구조로 바뀌었다.

[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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