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 중인 모텔 객실에서 불이 나 재산 피해가 발생했지만, 모텔 주인은 투숙객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홀로 여행 중이던 소비자 A씨는 한 모텔에서 숙박하던 중 예기치 못한 화재를 겪었다.
고된 여행에 지쳐 일찍 잠든 A씨는 자정이 지난 시각, 머물던 객실 화장실에서 갑자기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
A씨는 급히 몸만 빠져나왔고, 객실 안에 있던 짐은 모두 불에 타버렸다.
이 화재로 모텔 주인도 큰 피해를 입었다. A씨가 묵은 객실을 중심으로 인근 방까지 불길이 번지면서 상당한 수리비가 발생했고, 한동안 영업도 어려워 손실이 컸다.
모텔 주인은 “그동안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A씨가 묵던 날 그 방 화장실에서만 원인불명의 화재가 발생했다”며 A씨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반면 A씨는 “화재로 짐이 모두 타버리고 계획했던 여행도 망쳤다”며 “모텔 측이 안전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배상을 요구했다.

한국법령정보원은 해당 화재로 인한 손해는 숙박업주인 모텔 주인에게 귀속되므로, 소비자 A씨는 주인에게 손해배상을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숙박업자가 고객과 체결하는 숙박 계약은 객실을 일시적으로 사용하도록 제공하고, 고객은 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점에서 임대차계약과 유사하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숙박 계약을 ‘일종의 일시 사용을 위한 임대차계약’이라고 했다.
임대차계약에서는 목적물이 화재 등으로 소멸돼 임차인이 반환 의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 임차인이 책임 없는 사유임을 입증하지 못하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임대차 종료 시 반환해야 할 건물이 화재로 훼손된 경우에도 적용된다. 「민법」 제374조 등에 따라 임차인은 목적물을 사용ㆍ수익하면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해 보존하고, 계약 종료 시 원상 회복하여 반환해야 한다.
그러나 숙박 계약은 통상의 임대차와 달리 고객의 안전과 편의를 보장하는 서비스가 포함되므로, 임대차 관련 법리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숙박업자는 고객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숙박할 수 있도록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공중위생관리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숙박시설을 위생적·안전하게 관리할 의무가 있다. 또한 숙박업자는 필요한 경우 객실에 출입해 안전 관리나 시설 점검을 할 수 있다.
즉, 객실을 비롯한 숙박시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숙박 기간 동안에도 숙박업자의 지배 아래 있으며, 고객이 숙박 계약에 따라 객실을 사용하더라도 시설에 대한 직접 점유는 숙박업자가 유지한다. 따라서 임차인이 직접 지배하는 것을 전제로 한 임대차계약상의 반환 의무 이행불능 법리는 숙박 계약에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
대법원 판례의 취지는, 숙박 계약은 임대차 계약과 유사하지만 숙박시설은 투숙객이 아닌 숙박업자의 지배 아래 있으므로, 객실 사용 중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화재로 발생한 손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숙박업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컨슈머치 = 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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