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이 장기간 밀린 월세를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하겠다고 하자, 임차인이 차임채권의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됐다며 부당함을 주장했다.
건물주 A씨는 건물 내 점포 하나를 지인 B씨에게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120만 원 조건으로 2년간 임대했다.
B씨는 가게를 성실히 운영했지만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월세 4개월분을 연체했다.
A씨는 연체된 월세는 향후 보증금에서 공제하면 된다는 판단하에 별도의 독촉을 하지 않았다.
이후 임대차계약은 다시 2년간 갱신됐고, B씨는 차임 2개월분을 추가로 연체했다. 결국 A씨는 더 이상 계약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보고, 밀린 월세 6개월분(720만 원)을 보증금에서 공제하고 돌려줄테니 점포를 비워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B씨는 초기 연체분 4개월치는 「민법」제163조에 따른 3년의 소멸시효가 이미 완성됐다며, 이후 발생한 2개월치 차임만 보증금에서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사한 사건에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임대차보증금은 차임 미지급이나 목적물의 멸실·훼손 등 임대차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며, 차임이 연체될 경우 장차 임대차관계가 종료되면 임대차보증금으로 이를 충당하는 것이 당사자의 일반적인 의사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우리 사회에서는 임대차보증금이 차임에 비해 상당히 큰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면, 차임 지급채무가 장기간 연체됐음에도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임차인 역시 연체 차임에 대한 담보가 충분하다는 점에 기대어 임대차관계를 이어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 경우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차임채권이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임대차보증금으로 담보된다고 신뢰하고, 장차 해당 금액이 보증금에서 충당·공제되는 것을 묵시적으로 용인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법원은 "임대차 존속 중 차임이 연체되고 있음에도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충당하지 않고 있었던 임대인의 신뢰와 차임연체 상태에서 임대차관계를 지속해 온 임차인의 묵시적 의사를 감안하면 그 연체차임은 「민법」 제495조의 유추적용에 의해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할 수는 있다"고 판시했다.
이러한 판례에 비춰 보면, A씨는 밀린 월세 6개월분 전부를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
[컨슈머치 = 정주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