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비자가 수술 후 천공에 따른 패혈증으로 숨지자 유족이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70대 소비자 A씨는 복통으로 병원을 방문해 담석증 및 담관염 의심 하에 입원했다. 이후 담췌관조영술을 받은 뒤에도 지속적으로 복통을 호소했지만 별다른 추가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음 날 십이지장 천공으로 인한 복막염이 뒤늦게 진단됐다. A씨는 십이지장 일차봉합술, 담낭제거술, 총담관절개술을 받았으나 이틀 뒤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유족은 "시술 과정에서 천공이 발생했고 부적절한 대응으로 상태가 악화돼 사망에 이르렀다"며 2억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반면 병원 측은 시술 전 합병증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고, 시술 후 출혈 가능성에 따라 적절히 대응했으며, 사망 원인은 담도암으로 인한 천공이므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십이지장 천공 자체에 대해서는 병원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천공 진단이 지연된 부분에 대해서는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검토 결과 복부 CT 및 담췌관조영술 소견상 담도암보다는 담도 결석 및 담관염 가능성이 높고, 유두괄약근 절개 후 전기소작술을 시행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시술 과정의 과실로 천공이 발생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전문위원 의견이 제시됐다.
또한 시술 전 천공 가능성에 대한 설명이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해, 천공 발생 자체에 대한 병원 책임은 제한적으로 판단됐다.
다만 시술 이후 지속적인 복통에도 활력징후 확인이나 복통 양상에 대한 기록이 부족했고, 반복적인 진통제 투여에도 호전이 없었음에도 복부 CT 등 천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정밀 검사가 시행되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특히 단순 흉부·복부 X-ray는 후복막강 출혈이나 십이지장 천공을 확인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전문위원 의견도 반영됐다.
이에 따라 병원 측은 천공 진단 지연으로 인해 조기 수술 기회를 놓치게 한 부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다만 담췌관조영술 자체의 위험성과 진단의 어려움, A씨의 고령 및 담도암 동반 등 예후 요소를 고려해 병원 책임 비율은 50%로 제한됐다.
재산상 손해에 대해서는 A씨가 사망 당시 75세였던 점 등을 고려해 치료비 및 일실이익은 인정되지 않았고, 장례비의 50%만 손해로 산정됐다. 위자료는 사건 경위와 기왕력, 연령 등을 종합해 2400만 원으로 결정됐다.
[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