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부(사타구니) 멍울을 단순 염증으로 보고 경과관찰하던 소비자가 뒤늦게 림프종 3기 진단을 받자, 병원의 진단 지연과 설명의무 소홀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A씨(50대)는 서혜부에 멍울이 만져져 병원을 찾았다. 림프절 종대로 조직검사를 받은 결과 ‘양성 과다증식증’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이후 한 병원에서 약 1년 6개월 동안 정기적으로 경과를 관찰해왔다. 그는 추가 조직검사를 위해 수술 전 검사까지 받았지만, 병원 방문을 중단했다.
8개월 뒤, A씨는 왼쪽 다리가 붓는 증상으로 다시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심부정맥혈전증과 림프부종이 확인됐고, 이어 시행된 조직검사에서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이 진단됐다. A씨는 다른 병원으로 옮겨 3기 림프종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았으며, 현재는 치료를 마치고 경과를 관찰하고 있다.
A씨는 “병원에서 진료를 제대로 하지 않아 암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특히 여러 차례 진료를 받는 동안 ‘단순 림프절 종대’라는 설명만 들었고, 암 가능성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해 병원 방문을 중단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병원 측은 “당시 검사 결과와 증상이 염증 반응에 가까워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일반적인 진료 방식이었다”며 “암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했고, 조직검사를 계획했지만 환자가 진료를 미루거나 다른 병원을 선택해 내원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한국소비자원은 병원의 일부 책임을 인정했다.
일반적으로 1~1.5cm 이상의 림프절이 1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크기가 증가하고, 다른 부위에서도 림프절 종대가 발생할 경우 조직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특히 초기 CT에서 기존 우측이 아닌 좌측 서혜부 림프절 종대가 새롭게 발견된 점, 림프절 크기가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는 양상이 림프종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점, 혈액검사에서 염증 수치 이상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당시 적극적인 원인 규명을 위한 조직검사가 필요했음에도 경과관찰만 지속한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의료진은 림프절 종대 환자에게 악성 가능성, 추적관찰의 중요성, 조직검사의 필요성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환자가 지속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진료기록부상 이러한 설명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림프종은 다른 고형암에 비해 병기에 따른 예후 차이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특히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은 병기보다는 항암치료 반응에 따라 예후가 좌우되는 경향이 있는 점을 고려해 병원의 책임은 60%로 제한됐다.
손해배상 범위와 관련해 한국소비자원은 진단 지연으로 인해 병기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만약 조기에 발견됐다면 항암치료 약 5회 정도로 치료를 마칠 수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에 따라 병원 측에는 전체 진료비의 60%를 배상하도록 했으며, 위자료는 사건 경위와 진단 지연 기간, A씨의 연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000만 원으로 산정했다.
[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