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을 한꺼번에 잃은 소비자가 가해자인 아들의 지위까지 상속받게 됐다. 이런 경우에도 자동차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을까.
남편과 사별한 뒤 홀로 두 아들을 키워온 소비자 A씨는 첫째 아들의 운전 부주의로 차량이 전복되면서 두 아들을 한꺼번에 잃었다. 두 아들은 모두 미혼이었고 사고 차량은 자동차보험에 가입돼 있었다.
문제는 동생의 죽음이 다름 아닌 형의 과실로 벌어진 사고였다는 점이다.
형이 살아있었다면 동생에게 손해배상을 해줘야 할 가해자였지만, 형 역시 사고로 숨지면서 어머니 A씨가 형과 동생의 의무·권리를 모두 상속받게 됐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A씨가 자동차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단에 따르면, 「민법」은 채권과 채무가 같은 사람에게 귀속되면 권리가 소멸하는 '혼동(混同)' 원칙을 두고 있다. 이 사건에서도 사고가 발생하는 순간 형은 동생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할 의무를, 동생은 형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갖게 된다. 이후 두 사람이 모두 사망하면서 어머니 A씨가 형의 채무와 동생의 채권을 함께 상속받게 되는데, 이를 법적으로 '혼동'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에도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채권과 채무가 같은 사람에게 귀속됐더라도, 그 채권이 제3자에 대한 권리 행사에 필요한 경우에는 혼동으로 소멸하지 않는다고 봤다. 특히 자동차보험은 피해자와 유족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인 만큼, 단순히 상속이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보험회사가 책임을 면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한 보험회사는 이미 보험료를 받고 보장 책임을 부담하는 제3자이므로,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상속이 발생했다는 우연한 사정만으로 보험금 지급 의무가 사라질 이유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상 손해배상청구권은 상속으로 채권과 채무가 한 사람에게 귀속되더라도 혼동으로 소멸하지 않으며, 피해자나 유족은 보험회사에 직접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공단은 어머니 A씨는 형의 채무와 동생의 채권을 함께 상속받았더라도, 자동차보험에 따른 보험금을 보험회사에 청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컨슈머치 = 고준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