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야 아래에 위치한 소비자 A씨의 주택이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매몰됐고, 이 사고로 아들이 숨졌다.

소비자 A씨는 해당 지역에서 30년 넘게 거주하는 동안 이 같은 산사태를 겪은 적이 없었다며 최근 개설된 도로의 시공·관리상 하자가 사고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시공사는 도로를 만들기 위해 자연림을 벌목하고 비탈면을 깎아낸 뒤 흙을 아래쪽에 쌓았다. 그러나 도로 유실을 막기 위한 목책이나 옹벽 등 기본적인 안전시설을 설치하지 않았고, 베어낸 나무뿌리와 가지 등 지장목도 제대로 제거하지 않은 채 성토를 진행해 산사태 위험을 키웠다는 게 A씨 주장이다.

A씨가 도로 시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시공사는 폭우 등 자연재해를 이유로 배상 책임을 줄일 수 있을까.

호우, 비 (출처=PIXABAY)
호우, 비 (출처=PIXABAY)

대한법률구조공단은 도로 설치·관리자가 산사태 위험을 예견할 수 있었고 예방조치도 가능했음에도 이를 소홀히 했다면 자연재해를 이유로 배상 책임을 줄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판례에 따르면, 자연재해와 가해자의 과실이 함께 손해를 일으킨 경우에는 자연력의 기여분만큼 배상 책임을 줄일 수 있다. 태풍이나 해일 등 자연현상이 손해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면 공평한 부담 원칙에 따라 배상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시공사가 강풍이나 집중호우 같은 자연적 위험을 미리 예상할 수 있었고, 과도한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안전시설 설치 등 적절한 예방 조치를 할 수 있었는데 이를 소홀히 했다면 자연력을 이유로 배상 책임을 줄여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공단은 실제로 임도 개설 이후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유사 사건에서도 안전조치를 충분히 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해 자연력의 기여분이 인정되지 않아 가해자의 배상 책임을 제한하지 않은 판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A씨도 자연재해 영향을 이유로 배상 책임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컨슈머치 = 고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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