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증상이 있었음에도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만 진단해 치료를 이어간 병원 측에 손해배상이 요구됐다.
소비자 A씨는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상으로 병원을 찾아 약물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다. 이후 복부 CT를 촬영했으나 이상 소견이 없다는 판독 결과가 나왔고, 병원은 과민성대장증후군에 따른 약물치료를 이어갔다.
그러나 약 두 달 뒤 A씨는 우측 하복부에서 멍울을 발견했다. 다른 병원에서 복부 CT와 대장내시경을 받은 결과 맹장암 4기 및 복막 전이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앞선 검사에서 암을 발견하지 못해 진단이 늦어졌다며 병원에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병원 측은 CT 판독을 외부 영상의학과에 의뢰한 만큼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맹장암이 진행 속도가 빠른 종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소비자원은 병원의 진단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전문위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대장내시경은 2~3년 간격으로 시행하지만, 용종의 이형성이 심하거나 절제가 불완전한 경우, 대장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1~2년 간격으로 검사를 시행한다.
A씨의 경우 대장내시경을 권유한 시점 자체는 부적절하다고 보기 어려웠다. 다만 혈액검사에서 혈색소 수치가 이전보다 의미 있게 감소했고, 용종 병력도 있었던 만큼 만성 출혈 가능성을 고려해 암표지자 검사나 대장내시경 등을 시행했어야 한다고 봤다.
또 당시 복부 CT에서 회맹부에 크고 주변 조직을 침범한 종괴가 관찰돼 맹장 부위 악성 종양이 의심되는 소견이 있었음에도 정상으로 판독된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소비자원은 CT 판독을 외부 영상의학과에 의뢰했더라도 병원은 판독 오류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A씨가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놓친 데 대한 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다만 약 2개월의 진단 지연이 암의 병기 진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되더라도 실제 예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치료비 등 확대된 손해에 대한 배상은 인정하지 않고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만 인정했다.
소비자원은 맹장암과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증상만으로 감별하기 어려운 점과 사건 경위, A씨 나이, 진단 지연 기간 등을 종합해 병원이 A씨에게 위자료 500만 원을 지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