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진켐 김근태 대표

경기도 안성에서 세제류 등 생활용품을 만들어 대형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중소 제조업체를 오랫동안 운영하고 있다. 제품을 잘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안정적으로 주문을 받고 꾸준히 생산할 수 있는 거래처를 확보하는 일이다.

최근 대형 유통업체의 직매입 대금 지급기한을 현행 60일에서 35일로 줄이는 법안이 국회 정무위를 통과했다고 한다.

25일 빨리 돈을 받을 수 있으니 얼핏 보면 중소 납품업체에 좋은 제도처럼 보인다.

그런데 한편 걱정도 앞선다. 정산기한을 크게 앞당겼을 때 유통업체가 지금과 같은 규모의 직매입 물량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직매입은 유통업체가 우리 제품을 직접 사가는 거래다. 제품을 사들인 뒤, 소비자에게 팔리지 않았더라도 정해진 날짜가 되면 우리에게 납품대금을 지급한다. 판매가 예상보다 늦거나 재고가 남는 부담도 기본적으로 유통업체 몫이다.

그런데 대금 지급기한이 25일 앞당겨지면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자금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직매입 규모를 줄이거나 주문에 좀 더 보수적으로 나서지 않을까. 우리 같은 제조업체가 걱정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중소 제조업체는 공장 가동률이 가장 중요하다.

주문받은 물량을 기준으로 원료와 포장재를 사고 생산라인을 돌린다. 주문이 꾸준해야 생산계획을 세우고 사람을 고용하고 설비에도 투자할 수 있다. 반대로 발주가 10%, 20%만 줄어도 공장에는 바로 영향이 온다. 대금을 25일 먼저 받는 것보다 매달 들어오던 주문이 줄어드는 것이 훨씬 큰 손실이다.

여기에 한 가지 우려가 더 있다.

유통업체의 직매입 부담이 커지면, 일부 거래가 특약매입이나 위수탁 등으로 옮겨갈 가능성이다. 이런 거래에서는 실제 판매된 상품을 기준으로 대금을 지급 받고, 팔리지 않은 제품은 납품업체가 다시 떠안을 수 있다. 직매입 물량은 줄고 재고 부담까지 제조업체에 돌아온다면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중의 부담이 된다.

특히 중소 제조업체는 대기업과 협상력이 같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서도 특약매입 거래에서는 직매입보다 불공정거래 문제가 더 자주 나타났다고 한다. 거래조건이 불리해지거나 높은 수수료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정산기한을 줄이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약속한 대금은 제때 확실하게 지급돼야 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다.

다만 돈을 빨리 받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안정적인 물량을 계속 납품하는 일이라는 현장의 목소리도 함께 들어줬으면 한다. 정산기한을 일률적으로 줄인 결과 직매입 물량이 줄어든다면 중소 제조업체에는 오히려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정산이 며칠 빨라졌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그 뒤에도 지금과 같은 주문이 계속 들어올 수 있는지까지 살펴봐야 한다. 중소 제조업체에 가장 필요한 것은 빠른 정산과 함께 안정적인 판로가 유지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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