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의 '성능·상태점검기록부'가 실제 차량과 일치하지 않아 피해를 입은 소비자의 사례가 다발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회장 강정화)이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중고자동차 관련 소비자상담을 분석했다. 2026년 상반기 상담은 총 3190건으로 전년 동기 2157건보다 47.9%(1033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全 거래과정 소비자보호 체계 필요
전체 상담 중 ‘성능·상태점검기록부 불일치 및 정보 미고지’가 43.3%(1381건)로 가장 많았다. 2025년 38.0%(1946건)에서 비중이 5.3%p 증가했다.
중고자동차 시장은 소비자에게 대표적인 정보비대칭 분야로, 차량의 사고·침수 여부나 엔진·변속기 등 주요 장치의 상태를 소비자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성능·상태점검기록부와 사업자가 제공하는 차량정보를 신뢰해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연맹은 “법정 고지정보인 성능·상태점검기록부와 실제와 다른 피해가 상담의 40% 이상이라는 것은 단순히 소비자가 더 꼼꼼히 확인하는 것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시장 신뢰의 문제”라고 말했다.

성능·상태점검기록부 관련 피해에 이어 계약 해제·해지 거부 및 대금 미환급이 20.8%(664건), 사후관리 미이행 16.7%(533건), 성능·품질 하자 13.8%(440건), 부당 수수료 및 매매·명의이전 절차 분쟁 5.5%(175건) 순이었다.
계약 당시 환불이 가능하다고 설명한 뒤 계약금 반환을 거부하거나, 보증기간 안에 하자가 발생했는데도 무상수리를 거부·지연하는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실제 상담에는 차량 인도 후 엔진경고등이 점등돼 수리를 받았지만 동일한 결함이 재발했고, 정밀점검 결과 사실상 폐차가 필요하다는 진단까지 받은 사례가 포함돼 있다.
더불어 이번 상담에는 중고 전기차를 구매한 소비자가 배터리 충전 불가 문제로 정비를 의뢰한 결과, 해당 차량이 판매 전부터 심각한 결함이 있었던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으나 판매자로부터 보상을 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전기차에서 배터리는 차량의 성능과 중고차 가격·잔존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부품으로, 향후 중고 전기차 시장이 확대될수록 배터리 상태에 관한 정보비대칭이 새로운 소비자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중고차 소비자보호 정책은 ▲구매 전 정보제공 ▲계약 ▲차량 인도 ▲하자보증 ▲수리·환불까지 전 거래과정을 하나의 소비자보호 체계로 연결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면서 “더불어 중고 전기차와 관련 배터리 건강상태(SOH), 잔존성능 등 구매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정보를 객관적이고 표준화된 방식으로 측정·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고차 소비자 보호대책」 소비자 체감하는 시행 중요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6일 「중고차 소비자 보호대책」을 발표하고 ▲인터넷 광고 시 차량가격과 모든 수수료를 포함한 총비용 표시 의무화 ▲성능점검 세부 가이드라인 마련과 점검오류에 대한 행정처분 ▲현행 성능보험의 판매자 보험 통폐합 ▲환불 확대 등 판매자 보증책임 강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이번 대책은 시장에서 반복돼 온 소비자피해의 핵심을 상당 부분 반영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중고차 구매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소비자가 책임주체를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판매자가 우선적으로 책임을 부담하고 성능점검업체·보험사와의 책임관계는 사업자 간에 해결하는 구조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국토부가 마련한 대책의 신속한 제도화와 이 변화를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도록 다음과 사항이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매자 책임 일원화
하자 발생 시 소비자가 판매자·성능점검업체·보험사를 찾아다니지 않고 판매자를 통해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할 것
▲성능·상태점검기록부의 신뢰성·이해가능성 강화
기술적인 점검항목 확대뿐 아니라 사고·침수·중대하자 등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중요한 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개선할 것
▲전기차 배터리 성능정보 표준화
SOH와 잔존성능 등 중고 전기차의 가치 판단에 필요한 핵심정보를 표준화해 제공할 것
▲플랫폼 책임의 명확화
플랫폼이 직접 제공하는 진단·인증·보증 정보에 대해서는 그 역할과 책임범위를 소비자가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할 것
▲정책 효과의 지속적인 검증
제도 시행 이후 실제 소비자상담과 피해가 감소했는지 정기적으로 분석·공개할 것
한국소비자연맹은 “상담 분석 결과 중고차 시장의 소비자 문제가 이제 허위매물 문제를 넘어 ‘사업자가 제공한 차량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가’, ‘정보가 사실과 다를 때 누가 책임지는가’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중고차 소비자보호 정책의 중심이 소비자가 더 조심해야 한다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