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으로 명의가 도용됐더라도, 금융회사가 비대면 대출 과정에서 복수의 본인확인 절차를 적절하게 거쳤다면 해당 대출계약은 유효하다고 판단될 수 있다.

소비자 A씨는 어느 날 딸을 사칭한 사람으로부터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사칭범은 본인확인을 위해 필요하다며 운전면허증 사진과 계좌번호, 비밀번호를 요구했고, 스마트폰에 원격제어 앱까지 설치하도록 유도했다.

이를 통해 사칭범은 A씨 명의로 공동인증서를 발급받고, 한 저축은행의 비대면 절차를 이용해 신규 계좌를 개설한 뒤 9000만원을 대출받아 가로챘다. A씨는 뒤늦게 딸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행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A씨는 “저축은행이 본인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대출계약은 무효”라며 대출채무 부존재 확인을 주장했다.

반면 저축은행 측은 비대면 금융거래에 필요한 복수의 본인확인 절차를 모두 진행했고, 외관상 신청자는 명백히 A씨 본인으로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또 운전면허증 사진 파일은 원본과 정보가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므로, 해당 사진이 언제 촬영됐는지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피싱, 사기, 해킹 (출처=PIXABAY)
피싱, 사기, 해킹 (출처=PIXABAY)

이에 대해 한국법령정보원은 관련 판례를 바탕으로 A씨 명의로 체결된 비대면 대출계약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에서 대법원은 비대면 본인확인 절차가 당시 기술 수준에 비춰 적절하게 이뤄졌고, 금융회사가 피해 방지를 위한 충분한 노력을 다했다면 전자문서에 포함된 의사표시는 본인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은행이 ▲운전면허증 사진 파일 제출 및 행정안전부 신분증 진위확인 시스템을 통한 확인 ▲기존 계좌로 1원을 이체한 뒤 인증번호 확인 ▲본인 명의 휴대전화 인증 ▲공동인증서 인증 ▲신용정보 조회 및 건강보험 자격득실 확인 등 복수의 절차를 거친 점을 중요하게 봤다.

대법원은 비대면 거래의 특성상 실시간으로 촬영한 운전면허증 사진인지, 사전에 촬영된 파일인지 여부만으로 본인확인 절차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없다고 봤다. 여러 독립적인 인증수단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금융회사가 이를 통해 신청이 본인의 의사에 따른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계약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A씨 경우에도 저축은행이 운전면허증 진위확인, 기존계좌 인증, 휴대전화 인증, 공동인증서 인증, 신용정보 조회 등 복수의 본인확인 절차를 거쳤다면, 전자문서법상 ‘정당한 이유’가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컨슈머치 = 전향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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