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가 주치의 진단·치료를 인정하지 않거나 의료자문을 요구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자문이란 환자를 직접 치료한 의사의 의료행위나 진단이 적정한지 제3자(전문의)에게 의견을 구하는 절차다.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동의를 구한 후 의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소비자 A씨는 대학병원에서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 검사를 받은 후 경동맥의 폐쇄 및 협착을 진단받아 보험사에 뇌졸중으로 진단보험금을 청구했다.
보험사는 유의미한 혈관 협착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A씨가 의료자문 시행에 동의할 때까지 보험금 심사 절차를 무기한 중단했다.
소비자 B씨는 뇌출혈 발생 후 편마비(뇌출혈로 인한 뇌 손상으로 한쪽 몸의 근력과 감각이 저하된 상태)로 인해 약 3년간 총 57회의 도수치료를 받았고, 이에 대한 실손의료비 보험금을 청구 보험금 전액 수령했다.
이후 총 9회의 도수치료를 받고 실손의료비 보험금을 청구하자 보험사는 도수치료가 불필요하다는 의료자문 결과를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한국소비자원(원장 윤수현)은 보험 관련 피해구제 신청이 매년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보험 관련 피해구제 신청 930건 중 85.8%(798건)는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 발생했다.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이유로 ‘주치의 진단·치료 불인정’이 67.4%(538건)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약관 적용 이견’ 20.7%(165건), ‘손해액 이견’ 9.0%(72건) 등의 순이었다.
보험사가 주치의 진단이나 치료를 인정하지 않은 538건 중 70.1%(377건)는 소비자가 보험사의 의료자문 요구에 동의하지 않거나 의료자문 결과를 수용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요구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377건 중 38.5%(145건)는 환자의 주치의가 의과대학 부속병원을 포함한 ‘종합병원급’에 소속된 의사였다. 이외 ‘병원급’인 경우는 31.3%(118건), ‘의원급’은 30.2%(114건)였다.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이유로 지급을 거절한 보험금은 평균 1618만 원이었고, 금액대로 보면 ‘1000만~3000만 원 미만’이 39.1%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손해·생명보험협회는 의료자문이 보험금 지급 거절의 수단으로 남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21년 8월 「의료자문 내부통제 기준」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원은 사실 상 의료자문 시행 대상에 제한이 없다고 판단해 손해·생명보험협회에 보험사의 불필요한 의료자문 요구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의료자문 내부통제 기준」 개선을 요청할 계획이다.
아울러 소비자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당부했다.
▲직원, 보험설계사는 보험금 지급을 보장하지 않는다
직원, 보험설계사는 보험금 지급 여부를 판단하거나 보험금 지급을 보장하는 권한이나 책임이 없다.
▲비급여 치료 전, 가입 보험의 보험금 지급 기준 및 필요 서류를 확인하라.
치료의 경우 치료 내용과 대상에 따라 보험금 지급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하고, 필요시 2~3곳의 의료기관에 확인 후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동의 여부는 신중히 결정한다.
주치의 진단이나 치료가 일반적인 의료 기준에 맞지 않는 등의 경우에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보험사의 의료자문 의뢰 사유를 확인한 후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주치의 소견서를 먼저 보험사에 제시하고, 의료자문 동의 여부는 신중히 결정한다.
▲의뢰 사유, 내용 및 자문의에게 제공하는 자료의 내용에 대한 설명을 요구한다.
「의료자문 내부통제기준」 제12조(설명의무)에 따르면 의료자문을 의뢰할 때 의뢰 사유, 내용, 자문의에게 제공하는 자료의 내용을 소비자에게 설명하고 소비자가 설명한 내용을 이해했음을 서명, 녹취 등을 통해 확인받아야 한다.
▲결과에 이의가 있는 경우, 제3의 의사에게 재감정을 요구한다.
「의료자문 내부통제기준」제19조(의료자문 결과에 대한 피해구제 절차)에 따르면 보험금 지급심사를 위한 참고 자료이므로 자문 결과가 소비자에게 불리한 경우에는 동의하지 않아도 된다. 이 경우 보험사와 협의를 통해 정한 제3의 의사에게 재감정을 요구할 수 있다.
[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