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품 밝혀내도, 검수 비용 회수 난항
당근 안심보상제도 '감정비 보상' 無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구매한 상품이 가품으로 의심돼도 감정 비용 부담 때문에 환불을 포기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상품 가격과 비슷하거나 더 비싼 감정 비용을 먼저 지불해야 하는 데다 감정 비용까지 플랫폼이 보장해주지 않아 소액 거래일수록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소비자 A씨는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서 당근페이 바로구매(안심결제) 서비스를 이용해 정가 10만 원대의 베이프 반팔티를 3만5000원에 구매했다.
상품을 받아본 A씨는 세탁 라벨의 문구가 공식 제품과 다르고, 정품에서 확인되는 일부 디테일도 누락돼 있다며 가품을 의심했다. A씨는 판매자에게 반송 택배비를 직접 부담하겠다며 환불을 요청했다.

그러나 판매자는 해당 제품이 멀티숍에서 구매한 제품이라며 공식 가품 판정 증거를 제출해야 환불해주겠다 답했다. 당근 측 역시 세탁 라벨 오류는 의심스러운 정황이나 사진만으로는 가품 판정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인 간 거래 분쟁조정의 원칙」에 따르면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해당 주장을 하는 당사자가 부담한다. 이에 따라 A씨가 감정기관에서 발급한 공식 감정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감정 비용이다. 의류 감정 비용은 최소 3만~4만 원으로 물품 가액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싸다.
가품으로 판정되면 판매자가 물품 대금과 감정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판매자가 계정을 탈퇴하거나 비용 지급을 거부하면 현실적으로 회수하기는 쉽지 않다.
A씨는 "감정을 받는 순간 손해가 커지는 구조라 소액 구매자는 사실상 권리를 포기하게 된다"며 "수수료를 내고 안심결제를 썼는데 분쟁이 생기니 입증 책임도 비용도 전부 내 몫"이라고 하소연했다.
당근은 판매자가 응답하지 않거나 환불을 거부할 경우 서비스 이용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전자문서·전자거래분쟁조정위원회의 분쟁조정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분쟁조정 결과에는 강제력이 없어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결국 민사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근이 운영하는 안심보상제도 역시 감정 비용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당근은 안심결제·바로구매에서 구매확정 이후 피해가 발생한 경우 최대 190만 원까지 보상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보상 대상은 물품 금액으로 제한되며 가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발생한 감정 비용은 보상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국소비자원 시장조사국 전자상거래팀 관계자는 "분쟁조정 신청이 들어오면 합리적인 범위 내의 감정 비용은 손해로 보고 조정 합의를 할 수 있다"면서도 "감정 비용이 과도할 경우 원만한 합의가 어려워 결국 민사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컨슈머치 = 전정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