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당한 뒤 장기간 치료를 받아온 아이가 사고 발생 5년 만에 장애진단을 받았다. 부모는 보험사에 손해보상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됐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소비자 A씨의 아들은 만 2세였던 해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고 직후 아이는 경미한 발달지체 증상을 보였고, 병원은 꾸준한 치료와 집중적인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아이는 이후 치료를 받으며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다가, 사고 발생 5년이 지난 후 결국 언어장애 등 장애진단을 받았다.
A씨는 교통사고로 장애를 입게 된 아들을 대신해 당시 가해자의 보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부상은 5년 전에 발생한 일이고,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766조제1항에 따라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효력이 없다”며 배상 요구를 거절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사고는 5년 전에 발생했지만 장애진단은 최근에서야 확정됐다”며 “손해를 안 날은 사고 시점이 아니라 장애가 확인된 시점이므로 소멸시효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판례에 따르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진행된다.
특히 가해행위와 현실적인 손해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 단순히 잠재적 손해 가능성을 인식한 것만으로는 시효가 시작되지 않는다. 손해가 실제로 드러나 현실화된 사실을 인지한 시점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신체 손상 이후 장기간 치료가 이어지며 증상이 발현되는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최종 진단이나 감정 결과가 나오기 전에 손해가 현실화됐다고 단정하기는 신중해야 한다.
특히 ▲피해자가 성장·발육이 활발한 연령대였거나 ▲손상 부위가 성장과 회복 가능성이 큰 뇌·성장판 등이었거나 ▲치매나 인지장애 등과 같이 일정 연령 이후에야 전문가의 진단이 가능한 경우 등에는 그 판단 기준이 더욱 엄격해진다.
이 사건에서도 A씨 아들은 사고 직후 약간의 발달지체가 관찰됐지만, 장애 여부가 명확히 드러난 것은 치료가 지속된 뒤 5년이 지나서였다. 사고 당시의 나이, 초기 손상의 정도, 증상 발현 시기, 최종 장애진단 과정 등을 종합하면, 사고 직후에는 장애가 확정적으로 발생할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던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단순히 “사고가 5년 전에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사고 당일을 소멸시효 기산일로 삼아 손해배상청구권이 이미 소멸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교통사고 직후가 아니라 A씨 아들의 손해가 확정된 장애진단일을 기준으로 시작되므로, A씨는 보험사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컨슈머치 = 전향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