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43만 명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이전까지의 유출 사고와 궤를 달리한다.
유출된 항목에 학력, 직장, 연봉은 물론 신체 조건, 혼인 경력, 가족관계, 종교까지 포함돼 있다. 한 개인의 은밀하고 적나라한 프로필이 통째로 털렸다.
AI를 등에 업은 범죄 수법은 나날이 치밀해 지는 가운데, 지엽적이고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들의 유출은 어떻게 악용될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이번 사고로 듀오에 내려진 과징금은 11억9700만 원이다. 2023년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으로 과징금 부과 기준이 상향돼 '전체 매출액의 3%'다. 기업은 ‘재수가 없어서 해킹 당하면 벌금 내고 넘기는’ 선택을 하도록 만든다.
피해 소비자들은 보상을 받기 위해 개인적으로 소송을 진행한다. 43만 명이 소송에 나서는 상황이라면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행정 낭비인가.
가장 큰 문제는 보상을 받아든 개인이다. 보상금 받으면 당장 위안은 되겠지만, 보상금은 유출된 정보를 회수해주지 못한다. 정보 유출의 본질적 위험은 그대로다.
현재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지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개인정보 유출을 앞으로 철저히 막고자 한다면, 이 지점에서 우리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사후 처벌 성격이 강하다.
이에 기업의 보안 활동을 권고가 아닌 법적 의무로 강제해야 한다. 제품과 서비스의 기획 단계부터 보안이 내재화되지 않으면 시장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칸막이를 높여야 한다.
또한 기업의 책임은 현금 배상이 아닌 '정보의 안전 보장'에 맞춰야 한다.
가령 유출 사고를 낸 기업은 피해자들에게 평생에 걸친 '명의 도용 방지 서비스'와 '신용 모니터링' 비용을 전액 부담하게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실질적인 보호 시스템을 제공할 의무가 부과되야 할 것이다.
더불어 기업의 개인정보 보호를 해태한 대가가 기업의 체력을 위협할 수준이라면, 기업은 보안을 ‘비용’이 아닌 ‘존립의 조건’으로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정보가 반드시 지켜져야 할 가치라면, 지금 모습은 그저 방기하는 꼴이다. 지켜야할 가치라면 실제로 지켜질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하다.
[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