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내고, 제 돈 넣은 3형제 '공개된 절차' 지배력 확보
한국형 밸류업 프로젝트 시대, '승계 모델' 이정표 될까
한화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재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명예회장의 세 아들이 1조 원 가까운 자금을 직접 투입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그룹 내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단순한 자본확충이 아닌, 사실상 '정공법 승계'의 본보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과거 대기업 승계 과정에서 반복됐던 편법·깜깜이 논란과 비교되며,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젝트' 흐름과도 맞물린다는 점에서 이번 사례는 더욱 의미 있게 읽힌다.

■삼성·LG에 쏠렸던 비판
2015년 삼성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통해 이재용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이후 제일모직의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의혹과,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배경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2020년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부문을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했고, 곧바로 IPO에 나섰다. 고성장 산업을 분할하면서도 기존 주주에게 선택권을 부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LG화학 소액주주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들 사례에서 공통된 문제는 지배력 승계가 '결과적으로는 이뤄졌지만, 과정에서 주주는 철저히 배제됐다'는 점이다.
■'깜깜이 승계'와 다른 접근법
한화는 반대의 선택을 했다.
김승연 명예회장은 2025년 초 보유 중인 ㈜한화 지분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했고, 이 과정에서 2000억 원이 넘는 증여세를 납부했다. 이후 세 아들은 각각 수천억 원을 마련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에 참여, 그룹의 핵심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지분 맞물리기, 우회 합병, 물적분할 등의 전형적인 방식이 아닌 '자기 자금 투입 → 공개 유증 참여 → 경영책임'이라는 절차를 밟은 것이다.
기존 주주 비례배정 원칙을 일부 조정하면서 논란이 없지는 않았지만, 공시를 통해 구조와 의도를 명확히 드러낸 점에서 과거 '깜깜이 방식'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과거에는 승계를 위해 기업이 움직였지만, 지금은 후계자들이 시장 규칙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며 "책임, 공개, 참여라는 세 요소가 오늘날 승계의 정당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과정 보이는 승계" 정당성이라는 시대적 요건
우리나라는 2024년부터 '한국형 밸류업 프로젝트'를 통해 증시 저평가 문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나섰다. 핵심은 자사주 활용의 투명화, 책임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으로, 결국 '신뢰할 수 있는 기업가치 제고'를 목표로 한다.
한화의 승계 방식은 이와 결을 같이한다.
한화는 불투명한 자산 이동 없이 세금을 정당히 납부했다. 이어 후계자들이 책임을 전제로 자금을 직접 투입했으며, 핵심 계열사들도 공개 참여에 나섰다. 마지막으로 구조 자체를 공시와 절차를 통해 시장에 공개했다.
이는 과거 대기업들의 우회적 승계 전략과는 분명히 다른 지점이다. 한화의 사례는 밸류업 시대를 선도할 승계 모델이라는 평가도 그 때문이다.
지분을 확보한 후계자들은 이제 경영 성과로 평가받아야 하며, 주주들은 그 성과를 시장에서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밸류업 시대, 대기업 승계는 더 이상 '누구에게 넘겼는가'보다 '어떻게 넘겼는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됐다. 한화의 이번 선택은 그 흐름 안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한다.
[컨슈머치 = 정주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