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비자가 건강보조식품을 섭취한 뒤 이상 증상이 나타났지만, 판매자의 ‘호전반응’이라는 설명을 믿고 병원 치료를 미루다 결국 숨졌다.

고혈압과 뇌졸중, 심근경색 등을 앓아오며 다수의 약물을 장기간 복용해 온 소비자 A씨는 한 건강보조식품 판매사업자로부터 핵산을 가공해 만든 제품을 구입했다.

A씨 부부는 해당 건강보조식품을 매일 섭취했으나, 한기가 돌고 온몸에 통증이 심해져 결국 응급실을 찾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사업자는 이를 ‘호전반응의 시작’이라고 설명하며, 의사가 작성한 관련 칼럼 전문을 문자메시지로 전송했다.

이후에도 사업자는 “반드시 아파야 낫는다”, “부작용 없는 약은 없다”, “병을 부추기는 과잉치료” 등의 글을 반복적으로 보내며 병원 치료보다 지속 섭취를 권유했다.

이에 A씨 부부는 권장량을 초과해 섭취를 이어갔다. 결국 A씨는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같은 날 괴사성 근막염과 급성 신우신염으로 인한 패혈증, 다장기부전으로 숨졌다.

A씨 배우자는 “건강보조식품 섭취로 인한 이상 증상을 ‘호전반응’으로 오인하게 만들고, 병원 치료를 지연시켜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사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반면 사업자는 “건강보조식품의 일반적인 효능과 섭취 원칙에 대해 설명했을 뿐”이라며 “A씨의 사망은 개인의 체질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제품 섭취와 직접적 인과관계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건강, 약 (출처=PIXABAY)
건강, 약 (출처=PIXABAY)

법원은 건강보조식품 판매사업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판례에 따르면, 건강보조식품 판매자는 제품을 판매할 때 치료 효과나 부작용 등 의학적 사항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선 안 되며, 고객이 이를 믿고 긴급한 진료를 중단하는 등 비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않도록 보호할 주의의무가 있다.

특히 난치병이나 만성질환을 앓는 소비자에게 건강보조식품의 치료효과를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병원 치료를 중단하도록 유도하는 등 의학적으로 위험한 조언을 반복적으로 제공한 경우에는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본다.

법원은 이 같은 행위에 대해 건강보조식품 판매자가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학지식이 없는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발생한 위험한 증상을 건강보조식품 섭취에 따른 ‘호전반응’이라고 지속적으로 주지시키고, 병원 진료가 불필요한 것처럼 글을 보내면서 계속 제품을 판매한 것은 사회통념상 용인하기 어려운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구매자에게 이상 증상이 발생한 후 지체 없이 진단·치료를 받았다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는 사정을 감안하면, 판매자의 보호의무 위반과 진단·치료 지연에 따른 구매자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컨슈머치 = 전정미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