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은 한결같이 “영화는 극장에서, 가장 큰 화면으로, 여럿이 함께 보라”고 말한다.낯선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순간을 통과하면서도, 소설처럼 각자의 머릿속에서 다르게 완성된다는 것이다. 이 둘이 한꺼번에 성립하는 매체는 극장뿐이고, 그래서 극장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게 그의 오랜 주장이다.그러나 그간 국내 극장가에는 팬데믹이 몰아쳤고, 그 사이 소비자는 극장 영화보다 안방 TV 앞 OTT가 더 익숙해졌다.한국의 소비자들은 올해 들어 놀란 감독의 말을 직접 시험해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6월 22일 오후 3시, 전국 스타벅스 2160여 개 매장의 블라인드가 일제히 내려갔다. 1999년 이대 앞 1호점이 문을 연 이래 27년 만에, 한국 스타벅스 전 매장이 같은 시각 영업을 멈춘 첫날의 풍경이다.직원들은 본사가 미리 보낸 대형 모니터 앞에 모여 앉았다. 화면에는 한 사학과 교수의 강의가 흘렀다. 헌법 제1조를 인용하며,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것은 공동체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했다.여기까지 오는 데 한 달이 걸렸다. 지난 5월 18일 이른바 '탱크데이' 논란은 전국민적 공분을 샀고, 비난의 수위가 심상치 않았다
5월 18일 오전 스타벅스 코리아가 띄운 온라인 이벤트 페이지를 본 이들은 눈을 의심해야 했다. 이벤트 전면에 배치된 문구는 ‘탱크데이’와 ‘책상에 탁!’이었다. 1980년 광주의 비극과 1987년 박종철 열사의 죽음을 연상케 하는 이 문구들를 정확히 5월 18일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맞춰 악의적으로 활용했다.결코 우연일 수 없다. 역사적 비극을 조롱하고 폄훼하려는 비뚤어진 개인의 일탈이 한 기업의 공식 플랫폼을 통해 배설된 것이다. 필자는 ‘시스템의 안일함' 보다, 이번 ’탱크데이‘ 사태를 예견할만한 징후가 지속 반복돼 왔다는
정보가 넘치다 못해 공해처럼 느껴진다. 지금의 기자는 정보 전달을 넘어 정보의 '정확성'을 담보하는 데 더 큰 역할이 있다.그러자면 무엇보다 한 글자, 한 글자 신중하게 사용해야 마땅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반대다. 최근 현대자동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PALISADE)' 관련 기사들을 접하며 이를 뼈저리게 느꼈다.2018년 첫 출시된 팰리세이드는 현대차가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해안의 절경인 '퍼시픽 팰리세이즈(Pacific Palisades)'에서 영감을 얻어 정한 이름이다. 발음 기호상 [pælɪˈseɪd]이며, 「외래어 표기법
최근 발생한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43만 명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이전까지의 유출 사고와 궤를 달리한다.유출된 항목에 학력, 직장, 연봉은 물론 신체 조건, 혼인 경력, 가족관계, 종교까지 포함돼 있다. 한 개인의 은밀하고 적나라한 프로필이 통째로 털렸다.AI를 등에 업은 범죄 수법은 나날이 치밀해 지는 가운데, 지엽적이고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들의 유출은 어떻게 악용될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이번 사고로 듀오에 내려진 과징금은 11억9700만 원이다. 2023년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으로 과징금 부과 기준이 상향돼 '전체 매출액의 3
최근 갑작스럽게 항공편이 취소되는 경우가 많다. 납득할만한 이유도 없이 ‘통보’를 받고 억울한 소비자가 늘고 있다.기자가 「국제여객운송약관」 제12조를 뒤적여 보게된 이유다.해당 조항에는 ‘기상 악화나 천재지변, 전쟁 등 불가항력적 사유를 비롯해 예측 불가능한 상황, 정부 규제, 연료·인력 부족 등 운송사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사유가 발생할 경우 항공편은 사전 예고 없이 취소·지연·변경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약관에 따르면 항공사는 ‘사전 예고 없이’ 통보 가능하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제대로 된 소명도 없는 통보가 달가울
“악플보다 무서운 것은 무플”오래된 말이다. 인터넷이 처음 보급된 20여 년 전, 연예인 인터뷰에서 듣던 이 케케묵은 격언을 2026년 오늘, ‘붉은사막’의 소란스러운 등장과 함께 다시 떠올리게 될 줄은 몰랐다.사실 고백하자면, 필자는 소위 ‘게임알못’이다.7년이라는 긴 개발 기간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인고의 시간인지, 새로운 엔진이 구현한 기술적 성취가 왜 세계를 경악케 했는지 가슴으로 체감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붉은사막이 세상에 나오자마자 쏟아진 ‘비난의 소나기’를 보며 한 가지는 확실히 깨달았다. 이 게임은 적어도 ‘무관심’이라
최근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의 로제가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는 올해 그래미 시상식 주요 부문 후보로 올랐고, OST 은 큰 상을 수상했다.개별 작품의 성취를 넘어, 세계가 한국 문화를 하나의 신뢰 가능한 결과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신뢰는 음악에 머물지 않고 확장되고 있다. 불닭볶음면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오늘날 전 세계, 특히 젊은 소비자에게 ‘불닭볶음면’은 단순한 매운맛 음식이 아니다. 볶음면이라는 제품군, 패키지 디자인, 그리고 한국 브랜드라는 인식이 하나의 이름으로 결합돼 있다.그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관련 담합 정황을 적발하고 과징금 부과 절차에 착수했다.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정보를 공유하며 경쟁을 제한했다는 판단이다.법과 원칙의 잣대로 보면 당연한 사안이지만, 굉장히 묘수다.은행 간 담합이라면 처벌 대상이지만, 담합으로 경쟁이 제한된 덕분에 대출 한도는 관리됐고, 가계대출 규모도 일정 수준에서 억제됐다. 이는 정부가 강조해온 가계부채 억제 방향과 맞닿아 있다.위법 여부와 별개로, 결과만 보면 정책 목표와 충돌하지 않는다. 의도와 무관하게 민간에서 정책 효과가 먼저 나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