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지 못하는 항공편 ③]
항공편 변경과 결항이 잇따르면서 해외여행을 계획한 소비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항공사는 일정 변경 시 환불이나 대체편 제공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여행 계획이 틀어지면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은 소비자 떠안아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1일 진에어는 오는 23일 인천~나트랑 노선을 포함한 일부 항공편 일정을 변경하고 해당 날짜에 예약한 소비자들에게 개별 안내를 진행했다. 변경된 일정이 어려운 경우 다른 날짜로 변경하거나 전액 환불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귀국 일정이 하루 앞당겨진 소비자 A씨는 기존에 예약한 리조트가 취소 불가 상품이어서 하루 숙박비를 사용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또 다른 소비자 B씨는 일정 조정이 어려워 항공권을 포함한 모든 여행 일정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환불이 불가한 숙소에 대해서는 항공사로부터 받은 일정 변경 안내 메일을 첨부해 예외적 환불을 요청한 상태다.

■ 항공사의 갑작스런 결항…이유는
최근 항공업계에서는 '사업계획 변경'을 이유로 한 노선 축소 및 비운항이 이어지고 있다.
에어서울은 지난달 3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중동 사태로 인한 사업계획 변경'이라며 4월 인천~괌 노선 비운항 일정을 공지했다. 에어프레미아 역시 '사업계획 변경'이라며 일부 노선 스케줄 변경을 안내했다.
반면 에어부산은 비운항 공지를 내면서도 구체적인 사유는 밝히지 않았고, 진에어는 별도의 공지 없이 해당 항공편 예약자에게 개별적으로 비운항 사실을 안내했다.
진에어 관계자는 "사업계획 변경으로 일부 항공편 일정이 변경됐으며, 해당 항공편 이용 고객들에게 개별 연락을 통해 다른 항공편으로 변경하거나 취소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중동 지역 긴장 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항공유 수급 불안이 항공사들의 운항 축소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낮은 노선을 중심으로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업계획 변경이라지만…항공사 '임의 결항' 가능한가
항공사들은 모두 입을 모아 '사업계획 변경' 때문에 항공편을 취소 또는 변경했다고 말한다. 이는 약관상 면책 사유에 해당해 별도 보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항공사들이 준용하는「국제여객운송약관」을 살펴보면 면책 사유에 '사업계획 변경'은 포함돼 있지 않다.
약관에 따르면 항공사는 일정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 항공편 변경이나 취소가 가능하며, 예고 없이 운송인이나 항공기를 변경·대체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기상조건, 천재지변, 파업, 폭동, 출입항 금지, 전쟁, 국제정세 불안 등 운송인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상황 ▲예측하거나 예기하지 못한 사태 ▲정부의 규정·명령·요구 ▲노동력·연료·설비 부족이나 인력 운영상의 문제 등이다.
일각에서는 항공사들이 중동 지역 전쟁을 예측이 어려운 외부 요인이나 연료 수급 차질 등과 유사한 상황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는 면책 사유가 과도하게 확대 적용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항공편 결항, 여행 전반으로 번지는 피해
문제는 항공편 취소가 단순히 전액 환불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숙박이 취소 불가 상품일 경우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일정이 변경될 경우 숙박을 줄이거나 연장하는 과정에서 계획에 없던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여기에 현지 액티비티, 식당, 골프장, 교통편까지 포함될 경우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진다. 각 서비스마다 취소·환불 규정이 제각각이어서 일부는 환불이 불가능하거나 별도의 수수료가 부과되기도 한다. 항공편 하나의 변경이 여행 전체 비용을 동시에 흔드는 구조다.
최근 갑작스럽게 일정 변경을 단행한 진에어 역시 항공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추가 보상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에어 관계자는 "사전 안내는 충분한 기간을 두고 이뤄졌으며, 이후 일정은 고객이 상황에 맞게 조정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여행사를 통해 예약한 경우 일정 조정 과정에서 일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항공권과 숙박을 함께 예약한 경우 항공편이 취소되면 동일 날짜의 다른 항공편으로 변경을 지원해 숙박 취소 수수료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언제 결항될지 몰라 '초조'…명확한 고지 기준 없어
소비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항공편이 언제 취소될지 사전에 알 수 없어 항공사 홈페이지 공지나 이메일, 예약 내역을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법령 상 항공사가 결항 여부를 언제까지 고지해야 한다는 명확한 의무 규정도 없다.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운송 불이행 시 보상 기준을 일부 제시하고 있지만, 유가 상승 등 경영상 사유로 인한 결항에 대해서는 별도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현재 해당 사례에 대한 별도 보상 기준은 없다"며 "보상을 원할 경우 민사 절차를 통해 판단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전 고지 의무와 보상 기준 모두 공백 상태인 셈이다.
제도적 보호 장치가 미흡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불확실성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여행 일정에 맞춰 휴가를 사용하거나 동행 일정까지 조율해 둔 경우가 많은 만큼, 항공편 변경 가능성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출발 전까지 언제 취소될지 몰라 불안하다", "매일 항공편을 확인하는 것도 스트레스"라고 호소하고 있다.
[컨슈머치 = 전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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