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신혼부부가 신혼여행에서 발생한 상해 사고로 여행사에 손해배상을 요구했지만, 불가항력이라는 이유로 거절됐다.  

소비자 A씨는 여행사를 통한 태국 방콕·크라비 여행에서 현지 가이드의 권유로 피피섬 투어를 신청했다.

A씨는 피피섬 투어를 마치고 스피드보트를 타고 돌아오다가 현지 가이드에게 멀미 증상을 호소했고, 가이드는 보트 앞쪽에 앉을 것을 권유했다.

보트 뱃머리에 앉아 이동하던 A씨는 기상 악화로 보트가 크게 흔들리면서 중심을 잃고 바닥에 부딪혔다.

병원으로 후송된 A씨는 제1요추 압박골절로 침상안정을 요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A씨는 "현지 가이드가 스피드보트의 위험성에 대한 설명을 전혀 하지 않았고, 오히려 위험성이 높은 뱃머리에 앉을 것을 권유했다"며 "비와 강풍으로 인해 보트가 심하게 흔들림에도 속도를 낮추려는 등 안전 조치를 다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여행사 측은 "당시 현지 가이드가 A씨의 심한 배멀미를 덜어주기 위해 스피드보트의 앞쪽으로 안내한 것"이라며 "비와 강풍이 심해지자 탑승객들에게 힘을 빼고 수건을 이용해 몸을 고정하도록 안내하는 등 악천후에 대비한 안전 수칙을 설명하고 가능한 조치를 다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씨 사고는 기상 악화라는 불가항력 때문이라며 당사 측에 전적인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태국, 크라비, 배 (출처=PIXABAY)
태국, 크라비, 배 (출처=PIXABAY)

한국소비자원은 여행사 측은 A씨에게 70%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판례에 따르면, 기획여행에서 여행업자는 현지 여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으로부터 여행자를 보호하고 안전을 배려할 의무가 있다.

스피드보트 자체에 안전 사고의 위험성이 내재돼 있고, 특히 동남아시아 여행지에서 관련 사고에 관한 보도가 잇따르고 있었음에도, 현지 가이드는 A씨에게 스피드보트의 위험성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은 과실이 밝혀졌다.

가이드는 오히려 A씨에게 위험성이 높은 뱃머리 부분에 앉을 것을 권하면서 안전벨트와 같은 안전 장치도 제공하지 않았다.

또한 기상 악화로 인해 운항이 어렵다면 기상 상태가 양호해질 때까지 운항을 연기하거나 속도를 낮추도록 하는 등의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므로 A씨 사고는 여행업자의 과실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여행사 측이 A씨 사고가 불가항력이라는 이유로 배상 책임을 면하려면 여행사 지배영역 밖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여행사가 통상의 수단을 다했어도 이를 예상하거나 방지하는 것이 불가능했음이 인정돼야 한다.

그러나 당시 기상 상태가 해당 지역의 평년에 비춰 예측하거나 대비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증거가 없다.

오히려 해당 지역의 기후 특성상 기상 악화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여행사가 이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으므로 지역 특성을 고려해 미리 대비했어야 한다.

다만, 여행자인 A씨 역시 여행지의 상황이나 주의사항에 대해 사전에 확인하고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제거를 위한 대비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사고 발생 무렵 국내에서 해외여행지 스피드보트 안전 사고에 관련한 보도가 있었고, 주태국대사관은 사고 방지를 위해 태국 내 주요 관광객 사건사고 사례 및 대처 요령에 관한 공문을 배포했으므로 A씨 역시 스피드보트의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스피드보트 탑승객 중 A씨만 사고를 당한 것으로 봐서 손잡이를 잡지 않는 등 A씨 잘못도 인정되므로 이를 종합해 여행사 측 책임 범위를 70%로 제한한다.

여행사 측은 A씨에게 병가로 휴직한 기간 동안의 급여, 치료비 및 여행경비의 70%인 445만 원(1000원 미만 버림)과 위자료 200만 원을 합한 645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

A씨가 해외여행 보험계약을 통해 보험금 43만 원가량을 지급받았으므로, 여행사 측은 배상금에서 이를 공제한 금액을 지급하면 된다.

[컨슈머치 = 정주희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